특전 유보트 (The Boat, 1981)
금요일 저녁 EBS에서 해주는 명화 극장을 (참고로 EBS에서 해주는 영화는 "진짜" 명화이다.) 가끔 보곤 하는데, 지난 주에 우연히 보게 된 특전 유보트는 뭐라 할 수 없는 감정을 안겨준 작품이었다.
마치 유보트에 타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뛰어난 배우들의 연기와 세트, 답답하고 긴박한 순간을 잘 표현해내는 심리 묘사 연출, 1981년 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영화의 특수효과가 백미다.
자칫 지루해 질 수 있는 긴 상영시간 (210분)을 가진 영화지만, 어느새 화면에 집중하게 되고 3시간 30분 동안 유보트에 선원이 되어 버렸다.
독일인의 시각에서 만들어진 이 영화는 나치의 사상, 선과 악의 구분, 전쟁의 목적들을 다루는 대신 철저하게 유보트 U-96, 정확히는 U-96에 탑승해 있는 선원-인간-에 집중하게 한다.
<지브롤터 해협 위성 사진 , 위가 유럽, 아래가 아프리카>
영화의 중반으로 넘어가면서 U-96의 함장은 상부로부터 불가능에 가까운 명령을 받게 되는데, 영국군이 봉쇄하고 있는 지브롤터 해협을 뚫고 지중해로 들어 가라는 것 이였다.
나는 이 명령 자체에 관심이 갔는데, 이미 독일은 패전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상부에서도 이를 모를 리 없을 텐데, 아무런 의미가 없는 명령을 내린 이유가 궁금해졌다. (소설이 실화를 바탕으로 써졌기 때문에 실화일 것이다.)
육지, 제공권은 물론 해상에서도 열세로 몰리게 된 독일군은 항복하기 전까지 어떻게라도 유리한 조건으로 협상을 하기 위해서 지중해를 탈환하려고 했던 걸까? 영국이 자랑하는 포위망을 뚫어서 영국 해군의 자존심을 건들고 싶은 건 아니었을까?
아무튼 U-96는 침몰의 위기로부터 "신의 자비"와 "인간의 노력"으로 살아나게 된다. 하지만 비극적 결말이 기다리고 있는데... 허망한 결말은 전쟁의 허망함을 너무나 잘 표하고 있다. (역시 현대전은 제공권이…)
기억에 남는 장면들이 있는데, 폭뢰들이 터지는 중 종군기자가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침대로 들어가 울면서 보는 사진이 있는데 나는 여자 사진일 줄 알았는데, 하얀 스키장 몽블랑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었다.
심해에서 죽음의 위기 때 보던, 하얀 설산의 흑백 사진이 나의 마음의 한 구석을 아프게 했다.
아래는 유보트를 격침시키는 사진들이 있는 블로그다.
http://blog.naver.com/ddody11/20086588193